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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오카 소하치 대하소설 - 대망(도꾸가와 이에야스) 3부 21~23권 시작..

 

2일전 부터

21권을 읽고 있다.

조금만 열심시 읽어서

가능한 5월달 안으로 완독하길..



(22권 중 미츠나리의 자신의 인간관에 대한  후회와 깨닭음)

오사카를 떠나 이곳 오가키에 온 뒤 미츠나리의 심경은 몇 번이나 변했다. 아니, 변했다기보다 봄날의 새싹처럼 쑥쑥 자랐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할지 모른다. 

처음에는 잘 읽을 수  없던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은 확실하게 자기 거울에 비쳐졌다.  그는 지난날 우에스기 가문의 나오에 야마시로 노카미, 모리 가문과 인연 있는

안코쿠지 에케이 두 사람만 장악하면 충분히 이에야스를 당황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오타니 요시츠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했다. 오타니 요시츠구만은 아직  그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인물은 모두 그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에게 '인물'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다고 하면 그만이겠으나.....처음에 그는 제후들에게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열 명의 이에야스가 온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물리치겠다."  이렇게 말한 것은 결코 단순한 선전만이 아니었다. 인간이란 욕망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무력한 것.....

이런 인간관에 입각하면  이에야스의 조롱에 있는 미끼보다 자신의 미끼가 몇 배 더 매력 있는 고급스러운 것.  우에스기에게는 칸토 8주를 미끼로 던지고, 모리에게는

싯세이의 미끼를 던진다.부교들은 오타니 요시츠구가  감시하도록 하고, 오다 히데노부는 미노와 오와리 두 영지를 미끼로 던져 낚는다.

 코니시 유키나가에게는 카토 기요마사라는 숙적이 있고, 우키타 히데이에에게는 킨키에 침범, 영지를 갖겠다는 꿈이 있다.
  미츠나리 자신만 노골적으로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모두를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계산.....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그 계산은 차차 무너져 갔다. 인간의 욕망 이외의 것으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욕망의 규모가 그의 상상을 배신했다. 그가 생각하고 있던 만큼 인간은 욕망 때문에 큰 위험을 시도하는 생물이 아니었다. 

미끼에 낚이는 약점은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모험 안에서는 그야말로 겁쟁이 그 자체였다. 그가 이러한 자기 계산의 잘못을 깨닫게 된 것은 지난 10일경이었다..... 

 이미 적은 아카사카까지 진출했으면서도 가만히 멈춘 채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적의 태도를 거꾸로 해석하여, 그들이 오가키 성을 공격하지 않고

대번에 자신의 본거지인 사와야마 성으로 향할 것이라 착각하고 급히 사와야마 성으로 밀행했다.
  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사와야마에서 느낀 소름끼치는 공포는 아직도 그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이에야스에게 속았다!' 

그들은 이에야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솔직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에야스가 온다는 것은 우에스기 카게카츠가 예상과는 달리

 그가 던진 미끼에 걸려들지 않았다는 증거.....  그 공포 이후 미츠나리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 깨달음은 그에게 밝은 길을 걷도록 방향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과오가 이 세상에서는 고칠 수 없는, 인간으로서 가장 큰 과오였다고 깨우쳐주는  절망의 깨달음이었다..... 

지금 미츠나리는 카게무샤를 먼저 보내고 다시 한 번 그 일을 천천히 반추하고 있었다..... 
    '우에스기 카게카츠는 미끼에 걸리지 않고, 모리 테루모토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성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자신이 던진 미끼의 매력이 그들에게 모험을  강요할 만한 값어치가 없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처음에는 모두 용기 백배하여 일어섰던 그들이 아닌가...

 미츠나리가 단지 범속한 야심가였다면, 자기와 이에야스의 차이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간단히 해석했을 터. 그렇다면 미츠나리는 평범하고 어리석은 자 이상의

경거망동하는 자로 전락한다. 처음부터 이에야스 전력의 우세함을 잘 알면서 시도한 일이었다...
  미츠나리가 슬픈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 순간이었다.

  '나는 인간을 너무 우습게 여긴 게 아닐까.....?'  이 의문은 의문인 동시에 뼈아픈 반성이기도 했다

.  그는 인간이란 미끼로 움직이는 것이라 냉엄하게 계산하고 마음으로부터 상대를 존중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히데요리는?'  타이코의 유아로서 사랑스럽기는 하다. 연민을 느끼고 동정은 하고 있으나,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요도 부인은.....?'  현명하고 기질이 강한 하나의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눈에는 나도 오노 슈리와 같은 남자로 보일 터. 

이렇게 생각을 더듬어나가는데, 우에스기 카게카츠도 모리 테루모토도 결코 제1급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우키타와 코시니에 이르러서는 단지 이용가치 밖에 없는 흔해빠진 인간.....으로만 생각되었다.
  신의가 두터운 오타니 요시츠구의 성품만은 남몰래 존경하고 있었고, 시마즈 요시히로의 전투력에는 더 없는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몇 안 되는 그 존경할 만한 인물만이  지금도 자기를 진심으로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 그가 믿고 있던 사람들은 그를 돕고, 그가 마음으로 멸시한 자들은 모조리 그를 배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큰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모양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다.

거기에 눈이 미치지 못하여 남의 단점과 자신의 장점을 비교하는 데서 상대에 대한 불신과 멸시를  키워나갔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미츠나리의 눈에 떠오르는 것은 일곱 장수에게 쫓겨 후시미 성으로 도망쳐 들어갔을 때 이에야스가 보인 태도였다. 

'그래, 그때 이에야스는 진심으로  나를 감싸며 일곱 장수를 꾸짖었다.....'  그 꾸중을 들은 일곱 장수가 지금은 앞장서서 이에야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

미츠나리는 깜짝 놀라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모리 테루모토에게도 우에스기 카게카츠에게도 그는 사람을 개입시켜 책략을 부리고 있었을 뿐.

직접 만나 진정을 털어놓지는 않았다. 오타니 요시츠구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째서 그들은 존중하면서 설득하려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러한 미츠나리의 태도가 오늘날 그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게 만들어 몸을 도사리게 한 최대의 원인이 되어 있지 않은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배신을 당한다..'
  미츠나리가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을때 이미 주위의 사정은 무서운 결빙 상태에 들어가 있었다.....
  미츠나리의 성장은 동시에 지금까지 그가 가졌던 신념을 뿌리째 뒤흔들어놓는 바람이 되었다.

지난날 그는 자신의 재치를 예지라 자랑하고,자신의 책략을 파탄이 없는 현명하고 치밀한 의지의 발로라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내부적 성장이 그 가치 판단의 기준을 크게 뒤바꾸고 말았다.  그는 인간으로서 너무 미숙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도록 하여 활용했어야 하는데 멸시하여 이를 막아버리는 불신의 길을 걷고 말았다.

 그가 이를 깨닫고 급히 마시타 나가모리에게 진정을 토로한 장문의 서신을 보낸 것은 이에야스가 나타나기 이틀 전인  9월 12일의 일이었다. 

그 서신은 나가모리에게 전해지지 않고 동군의 손에 넘어갔다..... 그는 이 서신에서 자신의 가식을 버렸다.  솔직하게 오가키 성의 혼란을 전하고,

나츠카 마사이에도  안코쿠지 에케이도 난구산에 머물면서 싸우려 하기보다는 자기 몸의 안전만 도모하고 있다고 썼다. 논에 나가 군량을 베어와야 할 터인데도

 그렇게 하지 않아 일일이 오미에서 쌀을 가져오고 있다고도 했다.  적의 처자-인질을 다섯, 아니 셋만 처형했더라도 아군의 사기는 다져져 적에게 내응할 생각을 하는

자가 나타나지 않았을 터. 오즈의 쿄고쿠 타카츠구의 경우는 동생이 동군에서 활동하고 있으므로 엄벌에 처하지 않으면 군기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넊두리하고,

 또 코바야카와 히데아키의 진퇴를 우려한 나머지 나가모리 자신도 이미 가진 금은과 쌀을 모두 토해내야 할 마지막 때라는 말도 썼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우키타 히에이에와 시마즈 요시히로, 코니시 셋츠노카미 정도이고, 이대로 가면 아군 안에 반드시 '의외의 일 (내응자)'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라고도 썼다. 미츠나리의 서신 중에서 이처럼 적나라하게 자기 고뇌를 고백한 것은 달리 없을 터.  '실패였다!'  분명히 깨닫고 있으면서도 뜻을 바꿀 수도,

화의를 도모할 수도 없게 된 절박한 비극에 빠진 인간의 고뇌가 아무 것도 모르고 싸울 수 있는 자의 몇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구구절절 나타나 있었다.

물론 그 서신에서도 마지막에는 모리 테루모토의 출진을 촉구했다.
 그러나 테루모코가 올 것으로는 생각지 않고, 나가모리가 이 서신을 읽고 미츠나리와 생사를 같이할 마음을 굳힐 것으로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오늘 미츠나리는 마침내 이에야스를 눈앞에 맞이했다..... 

 '전투에는 마음을 비우고 임하겠다.'  미츠나리는 촛대의 불똥 자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승리도 패배도 생각 밖이었다. 다만 최후의 일각까지 자라고 바뀔 자신의 성장 결과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누가 어떻게 싸우는가?'이에 대해서도 미츠나리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흥미 있었다.이에야스가 어떻게 공격하고 도요토미 가문의 은혜를 입은 장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도 보고 싶었다.누가 내응하고, 누가 망설이며, 누가 용감하게 싸우는가?
 그러한 것들은 이미 어떻게 이길 것이냐 하는 것에만 마음을 기울였던 지난날의 집념과는 크게 거리를 둔 해탈자의 객관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단 하나."이 싸움은 인간관의 싸움이었다.
 남을 멸시한 자신과 남을 활용할 줄 알았던 이에야스의....."  미츠나리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뉘우침.....
    오가키 성안은 차차 조용해졌다. 가을비가 쓸쓸히 처마를 적시며 내리기 시작했다.  장수들은 거의 성에서 나간 듯.

아마도 횃불도 들지 않고 말에 재갈을 물린 밤의 이동은 이 비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었다.

세키가히라 부근의 도로는 그렇게 진흙탕이 되지 않겠지만, 새로운 야진은 그대로 진흙 밭이 될 우려가 있었다.  '비마저도 나를 버리는가.....' 

 미츠나리는 문득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신을 조롱했다.

 어느 틈에 공포도 초조도 사라지고 스스로도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비장감에서 벗어나 있었다. 저녁 무렵부터 이 성에서
결정한 내일의 전투에 대한 작전이 남의 일처럼 확실하게 떠올랐다.  이에야스는 굳이 진로를 비밀에 부치려  않았다.

그는 미츠나리 쪽의 저항 여하에 관계없이 세키가하라를 그대로 지나 서쪽으로 진로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서군의 대비책은 그들의 진로를 막아

우선 처음에는 남북에서, 다음에는 동서에서 이중으로 협공하는 것. 이러한 미츠나리 쪽의 포진에는  전혀 결함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 결함 없는 포진이 그대로 차질 없이 실행되어 훌륭하게 싸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데 달려 있었다. 만약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면 내일 밤에는
피아간의 상황이 역전되어 있을 터.  이에야스 쪽 선봉은 오세키와 야마나카 사이에서 설명된다. 남쪽에서 코바야카와 군과 오타니 요시츠구의 부장들에게

 진로가 차단되고, 북쪽으로부터는  오타니, 우키타, 코니시, 시마즈, 이시다 등이 잇따라 급습을 감행한다. 그러면 진로가 막힌 이에야스 군은

그만 정상적인 진격을 단념하고 물러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때는 보기 좋게  퇴로가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  적을 세키가하라에 유인하여,

난구산에서 타루이와 후츄의 선을 따라 모리 히데모토를 비롯하여 킷카와, 에케이, 쵸소카베 등이 대군을 이끌고 공격하면
이에야스 군은 완전히 독 안에 든 쥐가 된다.  이번에듣 동서에서 총공격을 가한다. 병력에는 부족함이 없다. 사기여하에 따라서는 내일 밤쯤에는

아마 이에야스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는 작전이었다.  동군의 총 병력은 7만 5,000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서군은 집게된 것만도 10만 8,000이 넘는다.

따라서 사기가 엇비슷하다고 하면 개가는 당연히 미츠나리가 올리게 될 터.   미츠나리는 다시 웃었다.  '후세의 역사가는 무어라고 기록할까.....?'

  아마도 천하를 가름하는 큰 전투라고 기록할 것이다. 병력만 보아도 문자 그대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다. 
'그러나.....'  미츠나리는 고개를 내저었다. 결과를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 

미츠나리는 시동을 불러 오가키 성에 7,500의 병력을 거느리고 남아 있기로 한 후쿠하라 나가타카를 불러오게  했다. 

 나가타카가 왔을 때.  "비가 점점 거세지는 모양인데, 장수들의 출발은 끝났나?"  이렇게 물으면서 자신의 마음이 차차 맑아짐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무언가를 하나씩 배우며 성장하고, 성장하면서 배워나가는 모양이다.

다만 반드시 필요할 때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이한 면이 있었다. 
지금 미츠나리는 자신이 일이 있을 때마다 이에야스를 적대시하고 반항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지에 들어 있었다.

 병력이나 술책을 그대로 '힘' 이라 믿고 행동한 어리석은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가엾게 여기고 있었다. 

현재 그가 아군으로 치는 10만 8,000명이, 만약 사기에서 이에야스쪽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단지 전력의 반감만이 아니었다.

인간이 일으키는 소요와 불편의 싹 10만 8,000, 귀한 식량 10만 8,000명분을 소비하는 5만 4,000이 된다...... 아니, 5만 4,000명분의 힘밖에 갖지 못한

인간 10만 8,000명이 모이면 그 불평과 욕망 때문에 생기는  소요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한 것으로 자라난다. 과거의 미츠나리는 이런 계산을 하지 못했다.

그는 질을 택하지 않고 인간 자체를 존중하지 않았으며 오직 술책으로만 사람을 모아들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희망은 달성되었다.  적군 7만 5,000명에 아군 10만 8,000 이 가운데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병력은 얼마나 될 것인가......? 
이에 대한 계산은 이미 죽은 자식의 나이를 세는 것 이상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2016.05.23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