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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한줄기 불꽃 (A Single Spark) 전태일 평전을 읽고서

 

 

 전태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전태일의 유언에 따라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가 된  고 이소선 여사가 전태일 영정을 들고 울고 계신다.  

살아 계실때의 어머님 이소선 여사와 전태일이 재단사로 일했던 평화시장 앞 청계천 다리위의 전태일 동상

 

전태일의 바오로(Paul) 고 조영래 변호사.

예수에게 바오로가 있었다면

 전태일에겐 조영래가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전태일도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전태일은 물론 권인숙양등 항상 약자의 편에 섰던 조영래 변호사. 

안타깝게도 90년 43세로 너무 일찍 타계했다.

오른쪽 사진은 얼마전 그의 타계 25주년을 기념해서 서초동 변호사 회관에 세운 조영래 흉상이다.

 사진 오른쪽  안경낀 여성이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그리고 그 옆에 장기표씨도 보인다. 

전태일이 분신하러 나가던 바로 그날  "오빠,  15일까지 돈 좀 안될까?" 라고 오빠에게 간청했던 

여동생 전순옥은 독일 유학후 성공회 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새정치 민주연합의 국회의원이 되었다.

 

전태일 평전 / 차례

이 아픔, 이 진실, 이 사랑 / 문익환
태일의 진실이 알려진다니 / 이소선
개정판을 내면서
가장 인간적인 사람들의 가장 비범한 삶 / 장기표 
전태일의 생애와 활동

1부 어린 시절
1. 밑바닥에서
2. 가출, 노동, 방황
3. 철조망을 넘다
4. 청옥 시절
5. 꺾인 배움의 꿈
6. 서울에서의 패배
7. 식모살이 떠난 어머니를 찾아
8. 동생을 길바닥에 버리다
9. 직업은 있다 ― 손수레 뒤밀이
10. 재회

2부 평화시장의 괴로움 속으로
1. ‘거리의 천사’에서 평화시장의 노동자로
2. 노동지옥 1 ― 다락방 속의 하루
3. 노동지옥 2 ― 평화시장의 인간조건
4. 억울한 생각
5. 어린 여공들을 위하여
6. 재단사 전태일의 고뇌
7. 충격 ― 투쟁의 길로

3부 바보회의 조직
1. 근로기준법의 발견
2. 재단사 친구들
3. 바보회의 사상
4. 아버지의 죽음과 바보회의 출발
5. 노력
6. 좌절 속에서

4부 전태일 사상
1. 막노동판에서 본 것
2. 원섭에게 보내는 편지
3. 나를 따르라
4. 인간의 과제
5. 왜 노예가 되어야 하나
6. 인간 최소한의 요구
7. 모범업체 설립의 꿈과 죽음의 예감 사이
8. 번민
9. 결단 ― 나는 돌아가야 한다

5부 투쟁과 죽음
1. 삼동친목회
2. 평화시장 피복제품상 종업원 근로개선 진정서
3. ‘평화시장 기사특보’ 나던 날
4. 시위
5. 불꽃
6. 전야
7.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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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일들로 속이 시끄럽지만,

 

전태일 평전 개정판을 읽고 많은 감동과 읽는 과정에서

 

갖게 된 개인적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전태일 만큼 현대 한국 사회 특히 노동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은

 

 과거에도 없었고 , 현재도 없고, 노동현실의 변화로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나자신 직접 느껴보지 못했지만 당시 정말 처참했던 노동자들의 생활을

 

가슴 깊숙한 아픔으로  느낄 수 있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환풍기는 물론 허리도 펴지도 못할 정도로

 

천장이 낮은 열약한 환경속에서 나이 어린 십대 청소년들이 잠 안오는 약까지 먹어가며 버스비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인간의 모습을 찾기 힘든 자본가들에게 착취 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 그 자체다.

 

이 책에 표현된 전태일이 정의 내린 '부한 환경'의 사람들은 19C 한 경제학자가 말했듯이 전부 도둑놈들이다.

 

대한민국이 현재 이 정도로 살 수 있는 것은 다 이러한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밑바탕에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마음속 깊숙히 각인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했다.

 

그리고 전태일...

 

그가 이 책에서 묘사된 모습은

 

성자, 문학가, 혁명가, 사업가, 휴먼니스트.........

 

그 어떤 미사여구도 부족한 모든 것이 한 몸에 축적된 완전체이다.

 

이 책대로라면 그는 인류를 위해 죽었다는 예수 동급으로

 

노동자들의 예수, 석가모니, 마호멧... (whatever~)  무엇이라 불리든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술에 빠져 전태일에게 학교에 가지 말라고 폭력을 휘두르는 수준의 노동자 아버지 밑에서

 

중학교 1학년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당시 가출 떠돌이 생활중이었다 할지라도 한 아기 엄마가

 

떨어트리고 간 돈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돌려주지 않았던 너무도 평범했던 전태일이 도대체

 

 어떤 계기와 과정, 교육을 통해서 그토록 엄청난 완전체로 성장할 수 있었는 지는 책에는 잘 설명 되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그가 유난히 학교와 책을 좋아했고 어머님이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교회를 다녔다는 것이 이 책에 나와 있는 설명의 전부다.

 

그런 그가 갑자기 

 

성자 (항상 배고파 하는 어린 시다들에게 붕어빵을 사주기 위해서 자신의 교통비를 다 써버리고

자신은 먼 곳에 있던 자신은 집까지 걸어가다 통금으로 파출소에서 잠을 자고...결국 그들을 위해 몸을 바친다.) , 

 

문학가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쉽게 쓰기 어려운 언어들로 가득찬 소설을 쓰고...) ,

 

 혁명가( 체 게바라 빰치게 그는 바보회, 삼동회등 일종의 초기 노동자 모임을 주도 면밀하게 조직하고...),

 

 심지어 사업가 (자신이 대표인 모범업체 설립에 관한 상세한 사업계획서를 대학노트 30페이지 분량으로 남김.)가 된다.  

 

이책은 그가 남긴 일기와 편지 그리고 소설을 기본으로 해서 고 조영래 변호사가 책을 펴낸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 대부분은 사실이겠지만 자료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과장과 우상화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더라도

 

전태일의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는 개연성 면에서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의문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가진 것, 배운 것, 배경..

 

그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마치 시지푸스 처럼 한국 노동운동의 


바윗덩이를 온몸으로 굴리며

 

인간을 사랑하고 그 인간들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노동운동의 제단에 받쳤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짧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았던  22년동안의 가열찬 삶을 잘 보여주는 

 

이 전태일 평전은 정말 많은 울림과 감동이 있다.

 

특히,

 

조그만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기 쉬운


청소년, 젊은이들은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 가면서

 

필요한 많은 교훈을 얻을듯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내게 전태일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전태일은 사랑"  이다.

 


+++++++++++++++++++++++++++++++++++++++++++++++++++++++++++++++++++++++++

 

청옥 시절의 동창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그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유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이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지환 금력을 뜻함. 엮은이-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사족+++++++++++++++++++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중에서도 아끼는 황석영의 대표작들이 대부분 수록된 창비에서 출판된 소설집)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 오래전 정말 감명깊게

 

읽었던 황석영의 「객지(客地)」 주인공인 노동자 동혁이 쟁의 투쟁중

 

남포(다이너마이트)를 입에 물고 자살하는  마지막 대목이 생각났다. 

 

황석영은 객지를 1971년에 쓰고 74년 창비에서 출판됬으니 

1970년에 분신한 전태일을 모델로 했음에 틀림없다.

 

 

(황석영 '객지' 마지막 부분)


...

...

 그의 발길에 뭔가 채어서 굴러 갔다.

붉은 종이로 포장된 한개의 남포였다

그는 한동희가 지껄이던 농담을 생각해 냈고

그것을 심지가 바깥쪽으로 가도록 입에 물어 보았다.

꺼끌 꺼끌하고 두터운 종이 포장때문에 입안이 건조해졌다.

그는 자기의 결의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었으며

거의 텅비어 버린 듯한 마음에 대하여 스스로 놀랐다.

알 수 없는 강렬한 희망이 어디선가 솟아 올라

그를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

그는 혼자서 다짐했다.

바싹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적시고 나서 동

혁은 다시 남포를 집어 입안으로 질러넣었다.

 그것을 입에 문 채로 잠시 발치께에 늘어져 있는 도화선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윗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어 떨리는 손을 참아가며 조심스레 불을 켰다.

심지 끝에 불이 붙었다. 작은 불똥을 올리며 선이 타들어오기 시작했다.

 

 2015.12.16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