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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삼국지를 시작하다.

 

 

얼마전까지 컴퓨터 조립과 공부때문에

책을 한참동안 잡지 못했는데..

다시 삼국지부터 시작한다.

삼국지는 예전에 다른 작가 버젼으로 읽었지만

이번엔 민음사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 10권짜리다.

이문열씨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지만

그의 글쓰기에 대한 재능은 누구도 부인 못하리라..

내 청소년시절 그의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등..을 읽고

받았던 충격과 파문은 아직도 내 정신속에 문신처럼 고스란히 남아있다.

 

삼국지 1권을 읽으면서 요즘 떠들석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것들을 몇 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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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서의 여성)

본래의 품성이  그러한지 정치적인 훈련 덕택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는 권력의 단맛과  아울러 그 두려움도 안다. 그러나 여자는  한번 권력 의
단맛을 보면 그  두려움은 곧 잊어버린다. 그것이 어쩌다 권력  핵심에 접근하게
된 남자보다는 여자  쪽이 더욱 쉽게 걷잡을 수  없는 도취에 젖고 종종 처참한
파멸로까지 가게 되는  까닭일 것이다. 하태후의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기로 하
고 본다면  동태후의 경우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으리라.  수렴청정으로 대권을
잡게 된 것은 거의  행운에 가까운 일이었음에도 한번 권력의 단맛을  알아버린 동태
후는 그 두려움을  깨끗이 잊어버렸음에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앞뒤를 헤아리지
않은 그 도취로 가만히  두었어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친정집을 하루아침에 폐
허로 만들고. 그녀 자신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진이 보낸 사
람에 의해 하간땅  으슥한 곳에서 독살된 동태후의 시체는 두 달 뒤 낙양으로
옮겨와, 남의 눈을 꺼린 하진에  의해 후한 장례로 문릉에 들게 되지만, 그 어떤
것이 강요된 죽음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었겠는가.

 

(유언비어란 무엇인가?)

한편 장양과 단규를 비롯한 환관의 무리는

 믿던  동태후가 어이없이 쫓겨나자 큰 두려움을  느꼈다. 동태후
의 뒤에서 꾀를 댄 것이 바로 자기들이란 걸 알면 이번에는 정말로 살아날 길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건 나쁘건 꾀란 쓸수록 늘게 마련이다. 여
럿이 머리를 맞댄 결과 다시 살아남을 궁리가  떠올랐다. 하진의 아우 가운데 어
리석은 주 제에  욕심만 많은 하묘란 자가  있다는 것과 또 콩, 팥을  제대로 구
별하지 못하면서도 딸인 하태후에게는 힘이  있는 늙은 어미가 있다는 것 을 이
용한 꾀였다. 환관은 딸 덕택에 무양군에 봉해진 하태후의  어미1= 그 못난 아들
에게 온갖 금은보화를 싸들고 가 애걸했다. [저회들이 동태후를 부추겼다는 것은
모두 저희를 미워하는 자들의 모함입니다. 부디  두 분께서 태후마마와 대장군께
아뢰어 이 미천한 목숨 을 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한괸으로는  싸들고 간 금은보
학를 헤쳐 보이며 그들 모자의 욕  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
가져온 것은 황망한  김에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저회들의 작은  정성입니다. 이
번에 살려만 주신다면 저희 꼬두의 땅과 집을 팔더라도 이 열 배로 은혜를 갚겠
습니다] 딸과 누이 덕분에 호강을 누린지 오래인 그들이었지만 싸들고  온 것 이
하도 엄청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일만 잘 이루어진다  면 그 열
배를 더 내놓겠다는 바람에 그들  모자는 앞뒤 혜아릴 것도 없이 응낙하고 말았
다. 그리고 그날부터  아침저녁으로 태후궁을 드나 들며 십상시의 일을  좋게 말
해 마침내는 그들의 질긴 목숨을 구해 냈다.  하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때는 아까
운 줄 오르던  재물이었으나, 살았다 싶기 무섭게 환관 특유의  물욕이 되살아났
다. 더군다나 무양군과 하묘 꼬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려면 아직도 바친 것의 열
배를 더 바쳐야 했  다. 거기서 십상시들은 전보다 한층 이를  갈며 하진의 일족
을 없앨 궁리 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때 마침 구실이 되어 준  것이 바로 하진
에 의한  동태후 독살이었다, [하진 그  백정놈이 짐독으로 태후를 죽이고,  저도
낮이 없는지 병을 핑계로 나다니질 않는다네. 좋은 기회일세. 놈이 한 짓을 널리
나 라 안에 퍼뜨리세. 뿐만 아니라 놈은 대위까지 넘보고 있으며. 우리를 그토록
죽이려 드는 것도 우리가 충성으로  사직을 버티고 있어 대사를 도모하는 데 방
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세. 일이 잘 되면 외정의 대신들이나  백성들이 들
고 일어나 놈을 몰아내는  수도 있고. 일이 못 되어도 하진  그놈이 우리를 함부
로 죽이려 들지는  못할 것 이네] 대강  그떻게 의논을 맞춘 십상시는  그날부터
몰래 자기편  사람을 풀어 그런 말을  퍼뜨리게 했다. 세간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유언비어라 한다. 그런 우 언비어가 떠돌게 되는 원인은 두 가지로. 하나
는 정치적 폭력에 의해 언로가 막혀 있을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성을 공적
으로 확보하지 못한  집단 또는 개인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는
비열한 수단인  경우이다. 하지만 그 어느  편도 내용이 진실보다는 퍼뜨  린 자
또는 조작한 자의 주관과 목적에 더 충실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는 동일하다.
정의감에 의해서든,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든,  또는 정치적 폭력이 두려워서이건,
자기를 드러내면  금세 그 목적이  탄로날까 두려워서이건, 그  근원이 뚜렷하지
않은 이상 진실 여부에 대한 토론이 나  비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
자면, 듣는 사람이 좀 이상히 게 느껴져도 전하는 사람 또한 t들었을 뿐}이기 때
문에 따져 물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사람은  유언비어를 들어도
전하지 않는다. 진실은 확인할 길이 없고, 꾸며댄 자나 퍼뜨린 자의 주관과 목적
만 되풀이 강조되는 그런  종류의 뜬소문을 다시 전하는 것은, 잘  해야 용기 없
는 정의의 주관에 뇌동 하는  것이 되고 자칫하면 악당을 쓰러뜨리기 위한 다른
악당의 계교를 도와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민중들에게는 생각
밖으로 위력적인  것이 또한 이 유언비  어이다. 퍼져나가는 동안의 알  수 없는
자가증폭의 속성은 때 로  선동력으로까지 커져 어줍잖은 기폭제로도 강력한 권
력집단의 몰락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도 한 까닭이다. 십상시가 노건  것은 바
로 그 같은 백성들의 우매함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계책은 잘 들어맞아 며
칠도 안 돼 하진에 대한  나쁜 소문은 엄 청나게 부풀려진 채 낙양성 안에 널리
퍼졌다. 실로 귀뚫린  자 치고 그 소문을  듣지 않은 자는 아무도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